인필드플라이 서커스매직유랑단


사실 열여섯타석 연속 삼진만 당한 느낌이야. 어깨에 힘만 잔뜩 들어가있지. 

이리저리 머리를 굴려봐도 모든건 변명이었어. 아무리 과장을 하고 은폐를 해봐도 답은 뻔하더군. 그냥 난 힘차게 헛스윙 한거고 운좋게 맞춰봤자 인필드플라이일 뿐이었어. 

너는 내가 공략할 수 없는 투수였던가봐. 인정할께. 네가 던진 무난한 커브만 보고 해볼만하다 생각했지. 유인구인지 결정구인지, 직구인지 변화구인지도 구분도 못하면서 홈런한방 날려보겠다고 힘만주고 휘두른거야. 

난 고개를 숙이고 풀이 죽어서 타석을 벗어나. 무엇이 문제일까? 그래도 나 타율 꽤나 괜찮았는데. 요새 이상한 버릇이 들어버린 타격 폼이 문제였을까. 무뎌진 배트 탓일까. 이래저래 남 탓을 해봤지만 초라해질 뿐이더라구. 야구 안해 떼를 써봤지만 우리네 인생은 다이아몬드 그라운드 안이더라. 

사실 바보같이 아직도 잘 모르겠어. 내가 다시 타석에 들어서야 하는건지, 일없네. 방망이 거꾸로 쥐고 내려와야 하는지. 차라리 2군에라도 내려가 네 투구를 보지 않는다면, 그 낙차 적은척 유혹하는 커브를 보지않는다면, 다시 덤비지는 않을텐데 말야. 

칠 수 있을것 같은것과 칠 수 있는 것은 같아보였지만 너무도 멀리 떨어져 있었어. 호감과 호의는 같은 얼굴을 하고있지만 본질적으로 달랐던 것이지. 투수-타자는 본질적으로 투수-포수관계와는 아예 다른거라는걸 조금은 알아가나봐. 

오늘도 난 힘차게 휘둘렀고 아웃카운트는 하나 늘어버렸어. 이 곳에, 너가 찾지 않을 이곳에 배트와 핼맽을 두고갈께.
 

- '11. 9. 26. 제주 올레 2코스 어딘가. 네가 받지 못할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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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너에게 보낸 편지 | Freedom Developers 2011-10-05 14:04:16 #

    ... 버린 타격 폼이 문제였을까. 무뎌진 배트 탓일까. 이래저래 남 탓을 해봤지만 초라해질 뿐이더라구. 야구 안해 떼를 써봤지만 우리네 인생은 다이아 이글루스 ‘여행’ 테마 최근글 Posted on October 5, 2011 by acousticlife. This entry was posted in Rss and ...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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