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een day in 제주 - 월정리 앞바다의 일출, 용눈이 오름, 종단 산간도로, 강정마을 서커스매직유랑단

성치않은 발목상태에, 아니 그것보다 더 성치 못한 마음상태에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떠나온 제주.
기대보다 더 행복했고, 기대보다 더 공허했고, 기대보다 더 따스했고, 기대보다 더 아름다웠죠.

혼자이지만 혼자이지 않았어요.
나의 소중한 또 하나의 가족 소낭식구들과, 스쳐간 인연들. 삼박사일을 꼬박 달려준 베스-비
그리고 한껏 더 여행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준 당신에게 고맙다 하고 싶네요.


아침해, 그리고 용눈이 오름.


소낭의 아침 오름투어에 앞서 월정리 앞바다에서 일출을 바라봐요.
검게 물들은 괴석들 사이사이로 불어오는 바람과 파도 앞에 넋을 잃고 바라만 봐요.

귓가엔 검정치마의 젊은우리사랑이 들려옵니다.

혹자는 산모의 배와 같다고 했고, 혹자는 어머니의 젖가슴 같다고 했지요.
용눈이 오름은 아름다운 곡선으로 많은 이들을 매료시켜요. 김영갑님이 살아생전 가장 사랑하던 오름이기도 했구요.

높지 않고 경사도 완만하여 푸근하게 반겨주는 느낌에 제주에 들를때마다 자연스럽게 꼭 찾게돼요.



달려! 제주 반바퀴


이번 제주 침공을 계획하면서 가장 먼저 골라잡은 타겟은 강정마을이었어요.
평화와 자연이 우선이냐, 국가안보와 정치외교론적 입장이 우선이냐에 대해 강렬히 대립하는 곳이지요

제가 숙소로 잡은 소낭게스트하우스와는 무려 63km정도 떨어진 거리.
차로 가도 두시간이 빠듯하게 걸리고, 심지어 저는 다시 숙소로 돌아와야 하는 엄청난 여정이 되겠네요.
산간도로로 제주를 종단한 뒤, 서귀포 해안도로를 타는 루트를 계획했어요.
먼저 강정마을에 돌렸다가 돌아오는 길에, 근처 폭포에 들려볼 생각입니다.
 
핼맷을 조여매고 차 없는 산간도로를 질주해나가요.
따사롭다 못해 심지어 뜨겁게 느껴진 햇살도 산간도로의 바람에 꽁꽁 얼어버립니다
시속 90km가 넘어서자 베스비의 엔진은 터질듯이 소리를 질렀고 노면의 조그마한 홈도 큰 충격으로 온몸에 전해져요
한번의 삐그덕이 그대로 골로가는 지름길이겠구나 생각하니 눈에 핏줄이 서고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가요.

귓가엔 엔진소리에 묻혀 희미하게 ellegarden의 good morning kids가 들려옵니다
 

계기판의 숫자 이외에는 실감나지 않는 속력, 불어오는 바람과 스며드는 추위,
산간도로 종단을 마치고 서귀포 해안도로에 도착하자 따사로운 바람이 일렁입니다

이제서야 주변을 둘러볼 여유가 조금은 생겨요.가로수부터 낯설게 서있네요. 바람에 많이 시달린 모습이지만.
아기자기한 펜션과 그 앞의 감귤밭들을 지나요. 곧 노랗게 얼굴을 익히고 우리 앞에 나타나겠지요.

제주에와서 눈길을 끌었던건 학교 운동장들 이었어요. 
잔디로 새파랗게 물들은 운동장에서 아이들은 삼삼오오 모여 공을 차고 뒹굴며 여유를 즐겨요.
도심에서는 운동장이 없는 학교들이 점점 많아진다고 하죠.
아이들의 체력을 비판할 것이 아니라, 아이들의 게임 중독을 비난할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뛰어 놀 수 있는 환경을, 회색 도시를, 회색 공원을 만들고 있는 어른들이 먼저 반성을 해야할테죠.
내가 아이-이미 '송가을'이라고 이름도 지었음-를 갖게 된다면 학원에서 조련받은 미래의 스탠다드 일꾼이 아니라,
아이다운 아이, 흙 주워먹으면서도 해맑게 뛰어노는 아이를 키워야겠다 하는 맘이 들어요


강정아 사랑해

강정포구의 간판이 보이고, 입구에서 빠져나오는 전경버스 한대가 보여요.
아 거의 다 왔구나. 달릴때와의 다른 긴장감이 손바닥에 땀을 스멀스멀 만들어내요.

'사랑해'라는 말은 우리 주변에 참 흔하게 쓰여요
나를 둘러싼 온갖 매스미디어에서도, 귓가에 맴도는 음악에서도,
하지만 나는 사랑을 아직 잘 몰라서 그 사랑이라는 단어에 엄청나게 인색해요. 봐도 감흥도 없고 말이죠.
그런데 강정에 가는 길 벽돌담에 쓰여있는 '강정아 사랑해'라는 낙서에 왜 마음이 울컥했는지 몰라요.
그 짧은 문장을 통해 이곳에서의 많은 아픔과 눈물이 절절히 마음에 와닿았던 것은 아닐까요

강정마을의 대립은 정점을 지나 막바지로 가는 단계로 보였어요.
이미 구럼비 바위로 가는 모든 길은 공사용 펜스와 전경의 방패로 막아져 있는 상황이었죠.

저 멀리 방파제로 올라서야 강정의 아름다운 해안이 눈에 들어올 수 있었어요. 
일요일 점심무렵쯤 된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중장비소리가 땅을 울려요. 그리고 파도는 사납게 비명을 지르구요.
한참을 멍하니 앉아 바라보고 있자니 참 모든게 부질없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마음에 치밀어요
귓가엔 한희정씨의 잔혹한 여행이 을씨년 스럽게 맴돕니다

1인시위를 하는 여인을 바라보며, 누가 이 여인을 길거리로 내몰았을까 하는 생각에 무거운 발걸음을 재촉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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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칼리 2011/10/07 11:45 # 삭제 답글

    오랜만여요 역시나 제주 다녀오셨군요 지인의 애인 페북에서 바람님 보고 세상 참 좁더라 했네요 잘 지내시는지:-)
  • 바람 2011/10/12 05:46 #

    다시 만난것, 반가워요.
    칼리님 글을 다시 보고 싶네요.
  • 칼리 2011/10/13 11:15 # 삭제 답글

    하하 뭐 썩 좋은 글도 아닌데 보고싶어하신다니 황송할따름이네요... 글은 이제 그만 쓸 생각이여요. 생각 뿐이긴 하지만. 아마 페북에서 인스턴트로만 만날수 있을겁니다:-) 정말로 제 자아가 없어서 그런가, 비루하긴 하지만 촉수를 꺼내놓고 사는건 참 힘든 일이었어요. 잠수 탄 얼마간, 참 이런말 제입으로 하긴 뭐하지만 드럽게 징하도록 앓았습니더...
    아, 가끔은 공개는 하지 않지만 다시 근 5년만에 시를 쓰고 있어요. 어쩌면 이걸로 해소가 되니 장황하게 긴글을 안쓰게 된건가 싶기도.

    아무튼 오랜만에 뵙지만 여전히 철 안들고(!) 좋네요. 제가 그때의 그 사람일는지는 모르겠지만. 조만간 맥주나 하십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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